반응형 전체 글277 손창섭 작가는 우울증이었을거야 손창섭 소설 속에는 '정물처럼 방 안에 가만히 있는 인물'이 많이 등장한다. 비 오는 날의 동옥, 생활적의 동주, 혈서의 창애, 미해결의 장의 지상, 잉여인간의 천봉우 등. 손창섭 작가는 우울증이었을거야가만히 있는 이유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 몸의 무게를 견딜 수 없어서' 가만히 있거나 누워있다는 표현이 많이 나오는데 나의 짐작이긴 하지만 이는 필시 작가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거나 앓아 본 경험으로 쓴 것 같다. 비 오는 날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육체의 중량을 감당할 수 없어 말없이 발길을 돌이켰다'는 표현이 나오고 생활적의 동주도 '온 몸뚱이가, 이 구린내 나는 공기가 무거워서 견딜 수가 없다'는 말을 한다. 언젠가 우울증 환자의 다큐를 본 적이 있는데 우울증에 걸리면 도저히 침대에서 일어나 .. 2026. 9. 17. [책리뷰] 신의 희작 - 냉소적인 몰락과 자멸의 잔치 손창섭의 「비 오는 날」 도 좋지만 「신의 희작」 이 더욱 매력적인 것 같다.「신의 희작」은 정말 그로테스크하다. 책을 읽고나서 복잡하게 희안한 감정의 여운을 표현할 단어가 뭘까 생각해보니 그로테스크였다. 새삼스럽게 그 뜻을 다시 찾아봤는데 딱 맞다. 그로테스크(Grotesque) : 이질적인 것들이 기묘하게 얽혀 있어 '기괴함'과 동시에 '웃음/해학'이나 '모순'을 일으키는 느낌. 단순히 무섭거나 징그러운 것에 그치지 않고, 어딘가 비틀려 있어 유머러스하면서도 씁쓸한 정서가 함께 섞여 있는 것. (해학은 정확히 뭐지? 익살스럽고도 품위가 있는 말이나 행동. 신의 희작에 품위가 있는 건 아닌 것 같고...) 「비 오는 날」이 그냥 어둡고 눅눅한 이야기라면, 「신의 희작」 은 어둡고 눅눅한 데서 벌거벗고 .. 2026. 9. 14. [책리뷰] 비 오는 날 - 취향저격 한국작가 드디어 찾았네 한국 작가 중에 특별히 끌리는 작가를 찾은 듯하다.원래 어둑어둑하고 눅눅한 거 좋아하는 내 취향에 딱이다. 손창섭 작가.고난으로 가득 찬 유년시절로 시작하는 작가 연보부터가 매력적이다.30대에 불후의 작품을 쓰고 50대부터는 은거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작가연보(문학과지성사 손창섭 단편선 작가연보 참조) 1922년(1세) : 평안남도 평양에서 출생. 부친이 언제 죽었는지는 알 수 없고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머니가 개가하여 칠순에 가까운 조모와 함께 생활하였음. 친척들마저 돌봐주지 않아 어려운 생활을 했다고 함1935년(14세) : 만주로 건너감1936년(15세) : 일본으로 건너감. 만주와 일본 각지를 유랑(15살이 유랑? ㅜㅜ). 신문 배달, 목공소 견습공, 아편 도매상 급사, 서적상 점원, 우유 배.. 2026. 9. 14. [책리뷰] 무녀도, 등신불 - 김동리 속에 예수가 있었네 국어 시간에 배운 한국 소설들을 다시 제대로 읽고 싶어서 김동리의 무녀도와 등신불을 읽었다. 제목만 딱보고 당연히 무녀도는 샤머니즘, 등신불은 불교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안에 예수가 있었다! 요즘 성경 읽기도 시들하고, 기도도 안 하고, 예배도 안 나가고 기독교에서 완전히 멀어지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김동리에서 예수를 만나다니 진심으로 깜짝 놀랐다. 국어 시간에 배웠지만 완전히 까먹었었고 정말이지 진심으로 놀랐다. 책소개작가 : 김동리(1913~1995)출간 연도 ① 무녀도 : 1936년 첫 출간 후 여러 차례 개작② 등신불 : 1961년 출간 줄거리 ① 무녀도 : 무당 모화와 청각장애를 앓는 딸 낭이가 살고 있는 폐허같은 집에 절간에 가 있을 거라고 믿고 있던 아들 욱이가 돌아오면서.. 2026. 9. 1. [책리뷰] 부처님 근처 - 모국어로 쓰인 문학을 읽는 감칠맛 처음 박완서의 단편집을 빌려왔을 때는 「이별의 김포공항」과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도둑맞은 가난」 세 편만 읽고 반납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세 편을 다 읽고 나니 다른 글에도 또 다른 보석이 숨어 있을 것 같아서 그 보석을 차지하지 못한 채 반납하게 되면 너무나 아까울 것 같아 다른 글까지 다 읽게 되었다. 책소개작가 : 박완서(1931~2011)출간 연도 : 1973년줄거리 : 6.25 전쟁 중 이념대립의 소용돌이 속에 아버지와 오빠를 잃은 나는 20년의 세월이 흐른 뒤,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와 오빠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절을 찾게 되는데... 어떠한 고통의 글이라도 꿀꺽 삼키게 만드는 박완서 필력의 감칠맛박완서의 글을 읽다보면 번역체인 해외문학을 읽을 때는 느낄 수 없는, 뼛 속까지 착착 감기.. 2026. 8. 18. [책리뷰]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 박완서가 그리는 징그러운 어머니들(2) 「이별의 김포공항」에 이어서 박완서 작품 속의 어머니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에서는 어머니가 주인공은 아니지만 소녀 시절 주인공이 부끄러움을 버리게 된 계기가 바로 그 어머니이기 때문에 역시 어머니를 빼고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책소개작가 : 박완서(1931~2011)출간 연도 : 1974년줄거리 : ‘나’는 한국전쟁 때 어머니, 동생들과 서울로 피난 와 기지촌 근처에 살면서 어머니로부터 집안의 부양을 위해 양공주가 되라는 압박을 받는다. 그러나 도저히 그 일을 할 수 없었던 나는 부농에게 시집을 간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세 번의 결혼을 하게 되고 중년이 된 '나'는 이십여 년 만에 여학교 시절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데... 제 딸을 양갈보짓 시키지 못해 눈이 뒤집.. 2026. 8. 12. [책리뷰] 이별의 김포공항 - 박완서가 그리는 징그러운 어머니들(1) 박완서의 단편을 보았다.강신재의 「젊은 느티나무」를 보고 나서 '동시대의 작가 누가 있지' 하다가 박완서를 떠올렸다.아마도 30년 전에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었지만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다.싱아를 다시 읽기보단 읽은 적 없는 단편을 읽고 싶었다.이별의 무슨 공항이라는 제목이 생각나서 '이별의 인천공항'으로 검색을 했지 뭔가. 책이 출간된 게 1974년인데 인천공항이라니.. 올바른 제목은 「이별의 김포공항」이었다. 책소개작가 : 박완서(1931~2011)출간년도 : 1974년줄거리 : 1960년대 가난 속에 다섯 명의 자식을 키워 낸 노파. 전쟁의 상흔 속에서 노파의 자식들은 미군부대의 잡역부로 일하며 미제와 달러의 경이로움 속에 성장한다. 흡사 덫에 걸린 들짐승처럼 이민을 위한 몸부림.. 2026. 8. 11. [책리뷰] 황량한 날의 동화 - 명순의 바다 수영 장면이 압권! 이번 주는 내내 강신재의 작품 속에 빠져있다. 오늘은 「황량한 날의 동화」를 읽었다. 20페이지 정도로 정말 짧은 단편이다. 짧은 글이지만 역시나 여운이 길게 남는다. 짧지만 여운이 길게 남는 이유는 모든 장면에서 강신재의 묘사가 묘하게 품위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흔해 빠지게 얄팍한 사랑에 빠지는 장면도, 쓰레기 같은 남편을 참아내는 장면도, 외로운 육체를 위로하는 장면도, 아주 위험한 생각을 하는 장면조차 묘하게 품위 있다. 마치 네 인생의 어떠한 상황에서도 품위를 잃어선 안돼. 한 호흡 쉬고 하늘을 올려다봐.라고 말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들게 하는 글이다. 강신재 작가 너무 좋다.책소개출간연도 : 사상계 1962년 11월작가 : 강신재(1924~2001) 전후(戰後) 한국 문단에서 섬세하고 감.. 2026. 7. 30. [책리뷰] 해방촌 가는 길 - 내가 살던 용산이 이렇게 슬픈 곳이었다니! 강신재 작가의 「젊은 느티나무」를 읽고 도파민 터지다가...「절벽」을 읽고 이건 뭐 그냥 밋밋하구나 하다가... 「해방촌 가는 길」을 읽고 다시 여러 가지 감상이 몰아쳐서 리뷰를 남긴다. 책소개출간연도 : 문학예술 1957년 8월호작가 : 강신재(1924~2001) 전후(戰後) 한국 문단에서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체, 심리 묘사로 주목받았다. 전쟁 이후 무너진 사회적·경제적 질서 속에서 여성들이 겪는 삶의 고통, 욕망, 그리고 현실 극복 의지를 정교하고 세련된 시선으로 그려냈다.줄거리 : 전쟁 이전 중산층으로 유복하게 살아왔던 주인공 기애의 가족은 한국전쟁을 거치며 집안의 모든 경제적 기반을 잃고 비탈진 산동네인 '해방촌'으로 밀려나 살아가게 된다. 가장이 된 기애는 대구에 있는 미군 부대 사무원으로 일하.. 2026. 7. 29. 이전 1 2 3 4 ··· 3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