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우성이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난민문제의 인도적 해결을 이야기했을 때 뜬금없다는 생각을 했었다. 정우성에서 난민으로 연결되는 맥락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뭐... 사회 문제에 대해서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자유가 있고 유명인이 나서서 한마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뉴스 등에 나와서 발언하는 그를 보면서 연극적이라고 느꼈었다. 진정성 없다, 연기 하는 것 같다, 공허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이번주에 정우성의 사생활이 논란이 되면서 그 공허함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깨달음과 함께 류시화 시인의 '나무의 시'를 떠올렸다.
나무에 대한 시를 쓰려면 먼저 눈을 감고 나무가 되어야지. 너의 전 생애가 나무처럼 흔들려야지···
사회 문제에 대해서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는 말할 자격이 있는 사람만 말해야 한다. 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그래야 공허하지 않다. 류시화의 시에서 나무를 난민으로 바꿔보자.
난민에 대한 시를 쓰려며 먼저 눈을 감고 난민이 되어야지. 너의 전 생애가 난민처럼 흔들려야지···
배우 신애라가 입양아 양육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그 누구도 가벼이 '당신이 뭔데'라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신애라는 자신의 전 생애에 걸쳐 입양아를 양육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난민을 내 집에 들이지 않은 사람은 말도 못한다는 것이냐?'라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렇다' 고 대답해주고 싶다. 그럴 정도의 각오가 아니라면 절대 가벼이 말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지 않나? 그럴 정도로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전 세계가 고민하고 고통받는 것이 아니겠는가! 한마디로 정우성은 그릇에 비해 너무 큰 주제를 골랐다.
말할 자격이 있는 사람들에게 말할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고, 그런 목소리에 더 많이 귀 기울이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무의 시」 전문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나무의 시 -류시화
나무에 대한 시를 쓰려면 먼저
눈을 감고
나무가 되어야지
너의 전 생애가 나무처럼 흔들려야지
해 질 녘 나무의 노래를
나무 위에 날아와 앉은
세상의 모든 새를
너 자신처럼 느껴야지
네가 외로울 때마다
이 세상 어딘가에
너의 나무가 서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지
그리하여 외로움이 너의 그림자만큼 길어질 때
해 질 녘 너의 그림자가 그 나무에 가 닿을 때
넌 비로소 나무에 대해 말해야지
그러나 언제나 삶에 대해 말해야지
그 어떤 것도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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