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작품을 읽었다.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
한강의 작품은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읽는 중에는 불편하고 소름 끼치다가 마지막에 가서 눈물이 쏟아진다.
작가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아픔들을 한 땀 한 땀, 한 글자 한 글자 펼쳐놓는다.
그 펼쳐놓음이 매우 정성스러워서 강하게 몰입되고 한 번 읽으면 멈추기 어렵다.
애초에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아픔이기에 주변에서 서성이기만 하려던 나를
강한 몰입감으로 강제로 끌고 들어가니 읽는 내내 불편하고 소름 끼치는 거다.
작가의 표현력은 정말 기가 막혀서
정말로 그 아픔이
내 눈꺼풀 안쪽에 박히고, 내 명치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소름끼친다.
눈앞에 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턱과 뺨에서 연한 핏물이 떨어지던, 눈을 반쯤 뜨고 있던 남자의 얼굴과 함께... 도려낼 수도 없는 내 눈꺼풀 안쪽에 박혀서.
<소년이 온다.146p>
너무 많은 고기를 먹었어. 그 목숨들이 고스란히 그 자리에 걸려 있는 거야. 틀림없어. 피와 살은 모두 소화돼 몸 구석구석으로 흩어지고, 찌꺼기는 배설됐지만, 목숨들만은 끈질기게 명치에 달라붙어 있는 거야.
<채식주의자. 72p>
불편하고 소름 끼치기만 했다면 끝까지 읽기 힘들었겠지만
한강의 문장은 크레센도처럼 뒤로 갈수록 점점 고조되는 힘이 있어서
한번 읽으면 멈추기 힘들고
마지막 페이지에서 결국 눈물이 쏟아지며
그렁그렁 글자들이 눈물을 떠다니는 경험을 하게 된다.
많은 한국의 작가들이 왜 '한국에서 노벨문학상이 나온다면 한강일 것'이라고 예측했는지 알 것 같다.
한강은 내 생애 처음으로 문장에 빨려 들어가는 몰입을 경험하게 해 주고
크레센도로 고조되는 소설의 맛을 알게 해 주었다.
이토록 정성스럽게 소름 끼치게 하는 작가를 또 만날 수 있을까
한강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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